지금 어떤 댓글 다셨나요?

우리는 매일 온라인 세상에서 글을 씁니다.
불만족스러웠던 식당에 대한 솔직한 리뷰,
뜨거운 사회 이슈에 대한 SNS 댓글,
취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게시글까지.
손가락 몇 번으로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알리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평범한 온라인 활동이 예기치 못한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나는 솔직한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라고 항변해도,
어느 날 갑자기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경찰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상식과 실제 법의 판단 사이에 는 생각보다 큰 간격이 존재합니다.
진실을 말해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사실을 말했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법은 다르게 봅니다.
우리 형법은 구체적인 사실을 퍼뜨려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렸다면,
그 내용이 진실이라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게시글의 경우,
일반 형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법은 처벌이 더 무거울 수 있으며,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추가로 따집니다.
여기서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과
정반대에 있는 개념으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당신이 쓴 글이 사회 전체를 위한
공익적 폭로로 인정된다면,
개인을 헐뜯으려는 '비방할 목적'은
없다고 보아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익성을 입증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진실한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07조 제1항).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습니다(형법 제310조).
명예훼손과 모욕죄의 차이

명예훼손과 모욕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구체적 사실 적시'의 유무입니다.
예를 들어,
"A는 B와 부적절한 관계다"처럼
증거를 통해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내용은
'명예훼손'의 영역입니다.
반면, 구체적 사실 없이 경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가령 대법원이 실제로 유죄로 인정한
“쓰레기”, “인간 말종”과 같은 표현은
'모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표현이
다소 무례하더라도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에
이르지 않으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법원이 얼마나
신중하게 균형을 잡으려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감정이 상하게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거친 표현이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명예훼손과 모욕이 범죄로 성립되는핵심 요건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범죄로 성립하려면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공연성입니다.
불특정 다수 또는 여러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공개 게시판이나 공개 SNS는 대부분 공연성이 인정됩니다.
1대1 대화의 경우에는 전파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합니다.
둘째, 특정성입니다.
실명을 쓰지 않았더라도
닉네임, 직장, 지역, 사건 정황 등을 통해
누군지 알아볼 수 있다면 특정성이 인정됩니다.
셋째, 사실의 적시 여부입니다.
시간과 장소가 어느 정도 특정되고
증거로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말이라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합니다.
실명을 쓰지 않아도 당신인 줄 다 압니다

"실명을 쓰지 않았으니 괜찮아."
익명성에 기댄 비난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어야 성립하는데,
많은 이들이 이 '특정성'의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합니다.
법원은 실명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닉네임, 아이디, 이니셜, 직장, 거주 지역 등 글의
전체적인 맥락과 주변 정황을 통해
제3자가 글에서 지목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면 '특정성'이 인정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때로는 특정 집단 전체를 향한 비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이를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 부르는데, 집단의 규모가 작거나 글의 맥락상
그 비난이 사실상 개별 구성원 모두를 지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글을 삭제해도 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문제가 될 만한 글을 황급히 삭제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가장 위험한 착각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에 글이 게시되어 다른 사람이
그 내용을 인식한 순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이미 성립한 것입니다.
게시물을 삭제하는 행위가 이미 성립한 범죄 자체를 없애주지는 못합니다.
다만, 글을 삭제하는 행동이
아주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 확산을 막으려는 태도로
비춰져 양형에 유리한 영향을 줄 수는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와의 합의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고소 당했을때 현실적으로 방어하는 법

사건 발생 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 게시물 삭제 및 사과:
게시물을 삭제한다고 해서 이미 성립한
범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양형(처벌 수위 결정)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합의 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고소 기간 확인 (모욕죄):
모욕죄는 친고죄로, 피해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
고소했다면 고소의 효력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합의 진행: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며, 모욕은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진행되는 '친고죄'입니다.
따라서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여
처벌불원 의사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합의 시 유의사항
합의를 진행할 때는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 합의서 작성:
합의금 지급 시기와 방법,
게시물 삭제 및 재게시 금지 약속,
처벌불원 의사 표시 시점 등을
명시한 합의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 재고소 방지: 원칙적으로
고소를 취하하면 다시 고소할 수 없으므로, 합의금을 완납한 후
피해자가 고소 취하 또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도록
연결하는 방식이 가해자 입장에서
안전합니다.
만약 악플의 수위가 높거나
반복적이었다면 사이버 스토킹이나성폭력 처벌법 위반 등
더 무거운 법규가 적용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체크리스트
게시 전 사실 확인, 허위 적시 여부 점검, 타인 명예 훼손 여부 점검,
욕설·비하 표현 배제, 공익인지 사익인지
자문, 표현 수위 점검이 필요합니다.
작성 시에는 감정적 표현 자제, 객관적 사실 중심,
과장·왜곡 지양, 특정인을 지목하는 표현 주의,
공개 범위 확인이 기본입니다.
작성 후에도 재검토, 문제 소지 있으면 수정·삭제, 댓글 반응 모니터링,
삭제 요청 있으면 신속 대응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사실을 말했는데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나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307조 제1항).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310조).
Q2. 실명을 말하지 않았는데도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나요
닉네임, 이니셜, 주변 정황을 종합해
제3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으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3. 1대1 대화도 문제가 되나요
원칙적으로 공연성이 없어
성립이 어려울 수 있으나,
전파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인정되는 상황이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Q4. 사실이면 무죄인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익성, 표현 방법,
맥락이 함께 판단됩니다.
Q5.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형법상 명예훼손은 무엇이 다른가요
정보통신망법은 비방할 목적 요건이 추가되고,
처벌 수위가 더 무거울 수 있습니다.
Q8. 처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형법 제311조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Q9. 법인도 모욕 피해자가 될 수 있나요
학설상 대립이 있고, 실무에서는 법인에 대한 공격이
명예훼손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 일반적입니다.
Q10. 익명 글도 처벌되나요
가능합니다.
수사기관은 가입자 정보 제공 요청이나
IP 추적으로 작성자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VPN 등으로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Q11. 해외 사이트도 한국 법 적용이 되나요
한국인이 해외 사이트에 게시한 경우에도
처벌 가능성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조).
Q12. 공유나 리트윗도 책임이 되나요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공유도 경우에 따라
공범이나 방조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13. 삭제하면 끝인가요
삭제해도 범죄 성립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양형에 유리할 수 있고 합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14. 고소 취하하면 다시 고소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고소 취하 후 재고소는 어렵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2항).
합의금 분할 지급 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감정이 아닌 '구조'로 바라보기
지금까지 우리는 진실을 말해도 처벌될 수 있고,
단순한 무례함과 범죄는 다르며,
단 한 명에게 한 말이 만천하에 공개될 수 있고,
익명성이 결코 안전한 방패가 될 수 없으며,
글을 삭제해도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놀라운 법적 사실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사건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법적 판단은 당신의 글이 사실을 적시했는지,
공연성과 특정성을 갖추었는지,
공익적 목적이 있는지와
같은 법리적 '구조'에 따라 결정됩니다.
당신이 다음에 온라인에 글을 남길 때,
그 글의 '구조'는 어떻게 보이시나요?
한순간의 감정이 아닌,
법의 냉철한 시선으로 당신의 글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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