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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서 시작한 소송, 판사가 당신의 말을 듣지 않는 3가지 진짜 이유 |임호균 변호사

by lawyer_nomad 2026. 1. 20.

 

 

"내 이야기는 완벽한데, 왜 판사는 들어주지 않을까?"
증거는 완벽했습니다. 누가 봐도 내가 피해자였고,

상대방은 파렴치한 가해자였습니다.
법은 당연히 내 편이라고 믿으며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재판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판사는 나의 절절한 하소연을 중간에 자르고,
오히려 상대방 변호사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목소리를 높이자,

판사는 "법리 정리가 안 됐다"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짓습니다.
재판정을 나오며 당신은 깊은 좌절감에 빠집니다.

 

대한민국 법은 왜 피해자 편이 아닐까?

이 문제는 당신의 증거가 부족해서도, 주장이 틀려서도 아닙니다.
우리가 단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일상의 언어'와 '법정의 언어'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 글은 그 차이점을 명확히 알려드리기 위해 쓰였습니다.

법정은 '논리 게임'의 장이다

많은 분들이 소송을 '나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가장 큰 오해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법정은 감정 싸움이 아닌 철저한 '논리 게임'의 장입니다.
축구 경기장에서 한 선수가 "내가 상대 선수보다 우승이 더 간절해요!"라고 외친다고 해서
심판이 골을 인정해주지는 않습니다.


오직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골대 안으로 공을 넣은 선수만이 점수를 얻습니다.
법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억울함이 크고 증거가 많아도,
법정이 정한 '태도'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이길 수 있는 사건도 패소하게 됩니다.
문제의 본질은 '증거 부족'이 아니라, '법정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에 있습니다.

 

판사를 내 편으로 만드는 3가지 역설적 진실

본격적인 전략을 논하기 전에, 가장 먼저 마음속에 새겨야 할 대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판사님은 내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사가 아닌 심판임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지금부터 설명할 3가지 진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재판 도중 판사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변호사 선임을 고려해 보시죠."
많은 분들이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돈 없는데 무시하나?’ 그리고 감정적으로 대응합니다.
하지만 이는 판사가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배려이자 경고 신호입니다.


이 말의 진짜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 말이 사실이라 쳐도, 법적으로는 논리가 안 맞아서 패소하기 직전입니다."


판사의 이 경고는 당신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패소 직전의 상황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이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감정 호소는 오히려 당신의 발언 기회를 빼앗는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피눈물을 흘리며..." 와 같은
감정적인 호소는 드라마 속 장면일 뿐, 실제 법정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뿐입니다.
감정이 앞서면 논리가 흐려지고, 이는 재판의 핵심 쟁점에서 벗어난 발언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재판 진행을 방해하는 당사자로 인식되어 신뢰도를 잃고,
스스로 발언할 기회마저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판사님은 '불쌍한 사람'의 편이 아니라, '증거와 법리를 갖춘 사람'의 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A4 10장의 탄원서보다 '입금 내역표' 1장이 강력하다

법정에 임하는 태도 중 가장 기본은 ‘출석’입니다.
출석은 곧 나의 ‘전투 의지’를 보여주는 첫걸음입니다.
재판에 지각하거나 불출석하는 것은

“제 말을 들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원고가 별다른 이유 없이
재판에 2회 이상 불출석하면 소송 자체가 취하되어
억울함을 풀 기회조차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출석이라는 기본을 지켰다면,

그다음 태도는 ‘소통 방식’에서 드러납니다.

실제 제가 맡았던 한 의뢰인은 승소 확률이 90%가 넘는 명백한 사건을 1심에서 혼자 진행하다
패소 위기에 몰렸습니다.

원인은 간단했습니다. 그는 재판 때마다 지각했고,
판사가 명확하게 "입금 내역만 정리해서 제출하세요"라고 요청했지만,
자신의 억울함을 담은 A4 10장 분량의 ‘탄원서(하소연)’만 계속 제출했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저는 그의 감정적인 하소연을 모두 걷어냈습니다.

그리고 판사가 처음부터 궁금해했던
'입금 내역표' 단 1장만을 명료하게 정리하여 제출했습니다.
결과는 단 한 번의 변론으로 완벽한 승소였습니다.

사건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오직 '법정에 임하는 태도'뿐이었습니다.

'억울한 피해자'를 넘어 '준비된 원고'로 판사가 당신의 말을 듣지 않는 이유는 결국 하나로 귀결됩니다.
1. 판사의 경고를 알아듣고
2. 감정 대신 논리로 말하며
3. 법원이 원하는 자료를 제때 제출하는 것


이 모든 것은 결국 판사의 시간을 아껴주는 ‘준비된 태도’의 다른 이름입니다.

 

기억하십시오. 판사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재판을 처리하며,
그들에게 가장 부족한 자원은 바로 ‘시간’입니다.
당신이 준비된 태도로 핵심을 짚어줄 때, 당신은 단순히 사건을 진술하는 것을 넘어
법원의 시간을 존중하고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이것이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승소는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