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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까지 찍었는데 무효라고요?"상대방이 딴소리 못 하게 만드는 3단계 계약서 안전장치 |임호균 변호사

by lawyer_nomad 2026. 1. 21.

완벽했던 계약서가 휴지 조각이 되는 순간

당신은 계약서를 완벽하게 작성했습니다.

상대방과 웃으며 악수했고, 계약서 끝에는 선명하게 도장도 찍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생각하며 사업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1년 뒤, 분쟁이 생겨 법정에 섰더니 상대방이 이렇게 말합니다.

"판사님, 저 도장은 제가 찍은 것이 아닙니다. 위조된 겁니다."

황당하시죠? 하지만 이 한마디에 몇억 원짜리

계약서가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설마 성인끼리 계약해놓고 저렇게 뻔뻔하게 나오겠어?'라고

믿었던 게 죄는 아니니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약서의 '내용(조항)'에만 집중하지만,

법적 분쟁의 80%는 내용이 아닌 '형식(누가, 어떻게 계약을 체결했는가)'에서 시작됩니다.

문제의 핵심은 '계약을 했느냐'가 아니라,

'계약했다는 사실을 판사님께 증명할 수 있느냐'입니다.

법적인 관점에서 계약서는 '훗날 벌어질 전쟁(소송)에서 나를 지켜줄 유일한 무기'입니다.

전쟁터에 나가는데 총알(계약 조항)만 잔뜩 챙기고,

정작 총(계약의 성립 자체)이 고장 나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상대방이 "내가 한 계약이 아니다"라고 발뺌하는 순간,

당신이 공들여 만든 계약 조항들은 읽히지도 못한 채 효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1단계 방어: '최소한의 방패' - 서명과 막도장

자필 서명이나 일반 도장(막도장)도 법적 효력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계약의 진정성을 지키는 가장 약한 고리입니다.

만약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이 "내 서명이 아니다",

"내 도장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

계약이 진짜임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고스란히 당신에게 넘어옵니다.

 

결국 당신이 직접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필적 감정을 신청하고,

증인을 찾아 법정에 세워야 합니다.

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입증 과정은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2단계 방어: '강력한 자물쇠' -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실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강력한 방법은

인감도장을 날인하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는 것입니다.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인감증명서상의 도장과 일치하면,

법원은 계약의 진정성을 매우 강력하게 추정해 줍니다.

여기서 '추정'이라는 말이 핵심입니다.

법원은 ‘본인의 허락 없이는 다른 사람이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 법적 추정이 입증 책임의 무게추를 완전히 상대방에게 넘겨버립니다.

이제 계약이 진짜임을 증명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 아니라,

계약이 가짜임을 증명해야 하는 상대방의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가 됩니다.

이는 계약 분쟁을 막는 강력한 자물쇠 역할을 합니다.

 

3단계 방어: 공증으로 '대못'을 박으십시오.

가장 확실하고 막강한 방법은 단연 공증입니다.

공증은 공증인 앞에서 계약 당사자들이 직접 서명 또는 날인했음을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쉽게 말해 '이 날짜에, 이 사람이 계약한 것이 100% 확실하다'

국가가 보증을 서주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공정증서’ 형식으로 공증을 받으면 엄청난 힘이 생깁니다.

만약 상대방이 계약서에 명시된 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재판 없이 즉시 상대방의 재산(은행 계좌, 사무실 보증금, 회사 차량, 부동산 등)을

압류하는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분쟁 해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입니다.

 

완벽한 방어는 없다? 인감과 공증의 숨은 빈틈

인감증명서나 공증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은 아닙니다.

이 강력한 장치들에도 상대방이 파고들 수 있는 숨은 빈틈이 존재합니다.

1. 인감의 경우: "권한 남용" 주장

상대방은 "나는 김대리에게 등기 서류를 떼오라고 인감도장을 맡겼는데,

그가 내 허락 없이 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를 '권한 남용' 주장이라고 합니다.

2. 공증의 경우: "청구이의의 소" 공증을 통해

계약 체결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게 되더라도,

상대방은 "계약 형식은 인정하지만,

계약 내용이 현저히 불공정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며

별도의 소송(청구이의의 소)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1~3단계의 안전장치는 계약의 '누가'와 '언제'를 확정하는 형식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깨지지 않는 형식을 갖추었더라도,

계약의 '무엇을'과 '어떻게'를 다루는 내용 자체가 불공정하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형식과 내용, 두 가지가 모두 견고할 때 비로소 진정한 '완벽한 방패'가 완성됩니다.

현실의 차이: 1년의 소송 vs 한 달 만의 회수

두 사장님의 실제 사례는 이 차이가 얼마나 큰 결과를 낳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 A 사장님: 1억 원짜리 차용증에 상대방의 지장만 받았습니다.

돈을 갚지 않자 상대방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발뺌했습니다.

결국 A 사장님은 지문 감식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며 1년 넘게 법정 다툼으로 고통받았습니다.

  • B 사장님: 물품 공급 계약서를 작성하며 공증(강제집행 인낙부 공정증서)을 받아두었습니다.

상대방이 대금 지급을 미루자마자, 소송 없이 바로 상대방 공장 기계에 압류를 신청했고

단 한 달 만에 모든 대금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종이 한 장의 차이가 1년의 시간을 법원에서 보내느냐, 사업에 집중하느냐를 결정했습니다.

 

당신의 계약서는 지금 안전합니까?

"우리 사이에 무슨..."이라는 생각으로 중요한 계약을 서명이나

막도장 하나에 의지하는 것은, 선의에 기댄 채 수억 원의 위험을 그대로 떠안는 것과 같습니다.

큰돈이 오가거나 조금이라도 분쟁의 소지가 예상되는 계약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상대방에게 인감증명서를 요구하거나 함께 공증을 받으십시오.

사소해 보이는 이 절차 하나가 미래에 당신의 시간과 재산을 지켜줄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될 것입니다.

도장은 한 번 찍으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