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이 없어도 빌려준 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체내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여금이 당연히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돈을 보낸 기록과 함께, 상대방이 돌려주기로 했다는 약속을 보여줘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둘러 고소장을 쓰는 일이 아니라, 남아 있는 기록으로 무엇을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통장에는 ‘보낸 돈’이 남고, 대화에는 ‘빌려준 돈’이 남습니다
상대방이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 “선물이었다”거나 “같이 투자한 돈”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이체내역은 지급 사실을 보여주지만, 왜 보냈는지까지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 달에 갚겠다”는 대화가 중요합니다. 다만 그 말이 어느 돈을 가리키는지 연결돼야 합니다. 여러 번 돈을 주고받았다면, 마지막 카카오톡 한 장만으로 전체 금액의 반환 약속을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차용증은 중요한 증거지만 필수 형식은 아닙니다. 민법 제598조가 정하는 반환 약정을 다른 자료로도 입증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카카오톡은 이체내역과 날짜를 맞춰 보세요
다음 세 가지를 한 묶음으로 정리하면 빠진 부분이 보입니다.
- 송금 전: 누가 얼마를 빌려달라고 했고, 언제 갚겠다고 했는지
- 송금 당시: 실제 지급한 금액과 계좌, 돈을 받았다는 답변
- 송금 후: 반환 약속, 기한 연장, 일부 갚은 내역과 남은 금액
예를 들어 500만 원을 보낸 뒤 “지난번 빌린 500만 원은 다음 달 말에 갚겠다”는 답변이 있다면, 단순히 “돈 받았어”라고 한 대화보다 반환 약정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는 설명을 위한 예시이지, 문구 하나로 결과가 정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화 일부만 잘라 두지 말고 전체 대화와 원본 파일도 보관하세요. 상대방에게 확인할 때에도 없던 약속을 유도하기보다, 실제 송금일·금액·잔액을 구체적으로 묻는 편이 좋습니다.
갚을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면, 바로 연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환시기의 약정이 없는 소비대차라면 민법 제603조제2항에 따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반환을 요구해야 합니다. “나중에 갚아”라고만 했는지, 이후 구체적인 날짜를 합의했는지부터 살펴보세요.
내용증명은 이런 요구와 문서 발송 내용을 남기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적힌 채무가 사실이라고 확정해 주거나, 그 자체로 예금을 압류할 수 있게 해 주는 문서는 아닙니다. 반환 요구가 상대방에게 도달했는지도 별도로 남겨야 합니다.
지급명령이 맞는지는 ‘채무 인정’과 ‘송달’부터 봅니다
상대방이 빌린 돈과 잔액을 인정하고, 서류를 송달할 주소도 확인된다면 지급명령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빌린 적 없다”고 다투거나 주소가 불명확하다면, 소송과 송달 문제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채무자는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적법한 이의신청이 있으면 그 범위에서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지급명령을 신청하기만 하면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근거는 민사소송법 제470조·제472조입니다.
절차를 고를 때에는 이길 수 있는지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집행할 재산이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재산 처분 우려가 있다면 보전조치의 필요성을 별도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이 세 가지부터 챙기세요
먼저 이체내역을 내려받고, 각 송금에 해당하는 대화를 붙이세요. 그다음 일부 돌려받은 돈을 빼서 현재 잔액을 계산하면 됩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돈을 보냈다”는 자료는 충분한데 “돌려받기로 했다”는 자료가 비어 있는지, 누구에게 얼마를 청구해야 하는지 드러납니다. 계좌 명의자와 실제 차용인이 다르다면 반환 의무를 부담하는 사람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연락을 피한다는 이유만으로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차용 당시 속인 정황이 있는지와 민사상 돈을 돌려받을 근거가 있는지는 나누어 판단해야 합니다. 소멸시효가 임박했다면 답변만 기다리지 말고 필요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세요.
임호균 변호사 · 2026. 10. 26.
개별 사건의 판단은 약정과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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